다독 컴플렉스를 가져라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에서 이렇게 말했다.“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1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고 하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책은 도끼다』는 명저이다. 나는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다섯 번 이상 정독했으며, 밑줄 친 부분만 수 십 군데다. 하지만 명저이고 좋아하는 책이라고 해서 그 내용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일본에서 독서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오카 세이고는 『다독술이 답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편이 좋다’라는 등의 말은 언뜻 훌륭해 보입니다만, 이런 조언만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없습니다. 저라면 오히려 그 반대로 하라고 권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자꾸자꾸 읽어라. 자신에 맞는 책을 찾기보다는 적당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 읽어도 좋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나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더 나아가 초보독서가라면 ‘다독 콤플렉스’를 가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책은 도끼다』의 인용한 부분을 보면,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눈에 들어오는 책들만 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변의 다독가들을 떠올려 보자. 다독가들은 두꺼운 책도 많이, 잘 읽는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특징은 물론 1년에 몇 권 읽었는지도 스스로 체크하지만, 언제나 좋은 책에 대한 갈망이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두꺼운 명저를 완독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초보 독서가도 그처럼 처음부터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까?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507쪽), 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580쪽),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751쪽),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1406쪽) 등이 아무리 나에게 10점 만점인 책들이라 할지라도, 이제 독서를 제대로 해 보고자하는 이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왜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전반부의 몇십 쪽만 읽고 포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며, 오히려 또 한 번 독서 실패를 경험하며 그 전보다 독서와의 거리가 더 멀어질 수 있다. 초보 독서가는 아직 독서에 잘 적응하지 못한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에 재미를 붙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앞서 이야기한 『책은 도끼다』를 자주 추천한다. 강의식으로 글이 씌어져 있어 읽기가 편하고,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지금보다 100쪽 정도 더 많은 450쪽이었다면 결코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랑하는 책 읽기’는 속물적인 것일까?
그렇다면 자랑하는 책읽기는 어떨까? 속물처럼 보이는가? 사실 우리 대부분은 속물이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 애니멀』, 매튜 리버먼의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 엘리어트 애런슨의 『인간, 사회적 동물』을 나는 인간의 사회성을 드러낸 명저 삼위일체라 부르는데, 이 책들 모두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자랑의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라는 점이다.인간의 본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다행히 인간의 뇌에는 잘 발달된 전두엽이 있어서, 자신의 본능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전략을 짤 수 있다.
마쓰오카 세이고가 왜 멋있게 보이려 하는 것도 괜찮으니 자꾸자꾸 책을 읽으라고 했을까? 그렇게라도 책을 많이 읽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뒤에서 다시 말하겠지만, 내가 다독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도 나의 속물적인 본능을 전략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을 자랑하게 될까? 거의 그렇지 않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 권수가 아니라 명저를 소개하면서 자신을 드러낸다. 좋은 책을 자랑하고 그 책을 읽는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어서 고맙고, 그렇게 멋진 책을 읽는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책은 철저하게 독자의 수준을 반영하게 되어 있다. 1년에 겨우 다섯 권(하루에 12분)을 읽는 초보 독서가에게 많은 울림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다독을 하면 알게 되는데, 독서가 서툴 때 울림을 준다고 여겨 밑줄을 그었던 구절들 중에 나중에 다시 보면 울림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음을 알게 된다.
심지어 초보 때 명저로 생각했던 책이지만 다독가가 된 뒤에는 마치 쓰레기처럼 보이는 책도 있다. 1년에 다섯 권의 책을 읽는 수준으로는 자신이 제대로 된 울림을 받고 있는 지 결코 알 수 없다.
1년에 몇 권의 책을 읽어야 다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할까? 정확한 기준은 없다. 2013년 독서실태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성인들은 여가시간의 약 12.5%를 독서에 쓰며, 대략 1년에 열 권의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적어도 여기에서 두 배정도는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1년에 스무권이 되지만, 이 정도로 다독이라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여가시간 말고도 우리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상당히 많다.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누군가를 기다릴 때, 그리고 화장실에서의 시간도 활용할 수 있다.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밀러는 “나의 훌륭한 독서는 화장실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시간을 잘 활용하면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다독의 마지노선은 1년에 50권,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다독에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개인적인 경험과 현실적인 시간 안배를 생각해 봤을 때, 아무리 바쁘다 할지라도 일주일에 한 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도로 꾸준히 읽는다면 숙련된 뇌를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다독을 할 수 있을까? 내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나는 책을 읽기 위해 나도 모르게 오디세우스가 썼던 전략을 사용하게 되었다.
독서 환경에 몸을 묶어라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가 승리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후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겪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귀향 중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눈을 찌르고 도망가면서 저주를 받게 되어 10년간 생명을 위협받는 고생을 한다.오디세우스는 풍랑을 만나 헤매다가 아이아이에라는 섬에서 마녀 키르케를 만나는데, 1년 뒤 그가 떠날 때 그녀는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요정 세이렌은 절벽과 암초로 둘러싸인 섬에서 신비로운 노래로 지나가는 배를 유혹하는데, 선원들이 그 노랫소리에 홀려 정신을 잃어 배가 난파되거나 물에 뛰어들어 생명을 잃는다며, 세이렌 섬을 지나기 전에 밀랍으로 선원들의 귀를 단단히 틀어막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에게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꼭 듣고 싶다면, 선원들에게 그의 몸을 돛대에 묶도록 명령하라고 했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었던 오디세우스는 부하 선원들에게 명령했다.
“나를 거칠고 단단한 밧줄로 돛대에 묶어라. 그리고 내가 놓아 달라고 명령하고 간청하거든 더 꽉 묶어라.”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동안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놓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충성스러운 부하들은 그를 더 단단히 묶었고, 결국 모두 무사히 세이렌 섬을 통과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전략은 21세기 용어인 ‘넛지(nudge)’와 매우 비슷하다. 넛지는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캐스 선스타인과 리차드 탈러가 만든 개념으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원래의 뜻은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것인데, 잘 설정한 환경의 팔꿈치로 한 개인을 슬쩍 찔러 특정한 행동을 하게(혹은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연상시킨다. 나도 이 넛지를 활용해 다독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
2008년 새해가 되자, 나는 다독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바로 ‘카페에 내 몸을 묶어라!’였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세계 경제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서, 나는 급속도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갔다. 경제기사와 보고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던 나는 본격적으로 경제 도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행을 하려니 독서 트라우마가 나를 괴롭혔다. 그동안 이미 수없이 독서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바 있었으므로, 이번에도 큰마음을 먹었지만 실패할 것만 같았다. 뭔가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느꼈다.
다독을 위한 특별한 장소
먼저 나 자신을 믿지 않기로 했다. 매번 세이렌의 유혹이 내 의지를 무참히 박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특별한 장소’였다. 일단 집은 아니었다. 집에는 컴퓨터가 있고, 나는 게임을 좋아하니 독서를 하다가 분명 게임을 시작하게 될 것이 뻔했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하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조용한 도서관에 가면 침 흘리며 쓰러져 자다가 깰 나 자신이 훤히 보였다. 그럼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나?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이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지 않았고, 특히 남자들은 카페를 거의 찾지 않았다. 카페에는 커피를 마시며 지인들과 대화를 하거나 독서를 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여자가 많은 곳이라……!’
당시 미혼이었던 나는 지금의 아내인 여자 친구에게 일편단심이었지만, 그래도 혈기왕성한 청년이었기에 여자들이 많이 있는 장소 자체가 상당한 자극을 주었다. 그곳에서 피곤하다고 잘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여성들의 가시권 안에서 책을 멋들어지게 읽는 것 자체가 나에게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렇다. 난 속물이었다. 마쓰오카 세이고가 말한 것처럼, 난 좀 ‘있어 보이기 위해’ 카페를 독서의 장소로 선택했던 것이다.

장소 선택은 습관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물론 처음에는 책이 어려워서 덮고 싶거나 졸릴 때도 많았고, 마음 한쪽에서 들리는 ‘이제 그만 하자’라는 세이렌의 목소리에 항복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독서가 습관이 되어 있었다. ‘습관’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번 되풀이함으로써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을 뜻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말하고 싶다. 습관이란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감정이 드는 상태이다(전문가들은 어떤 행동을 약 66일 정도 반복하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말했다. 나는 독서에 습관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그야말로 ‘느낌’이다.
경제 도서를 100권 정도 돌파하자, 점차 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독서에 가속도가 붙는 듯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1년에 300여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나의 뇌는 독서하는 뇌로 변했다. 가소성이라는 말은 고체가 특정 방향으로 바뀌지만, 원래의 모습으로는 잘 돌아오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독서하는 뇌’로 변해 버린 나는 그때 이후로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음 해에 결혼을 하고 여러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지만, 1년에 200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예전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은 줄었지만, 여전히 연 150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전략은 오디세우스나 나에게만 통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토드 해서톤과 페트리샤 니콜스의 연구에 따르면, 인생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무려 36%가 ‘새로운 장소’로 이동한 것과 관련이 있었다. 게다가 변화를 위해서 새로운 장소로 이동했음에도 실패했던 확률은 13%에 불과했다.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 적절한 장소를 활용한다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리해 보자. 어떻게 다독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뇌는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처음에는 책 읽는 뇌가 아니어서 힘들겠지만, 뇌는 책 읽는 뇌로 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어떻게 1년에 50권 이상의 책을 읽어?’라고 한계를 짓지 말자. 사고방식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사고의 변화는 자신의 의지로 충분히 가능하다.
정신무장을 했다면 이제 행동을 할 때이다. 하지만 실제로 행동을 할 때에는 자신의 의지만을 믿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독서를 할 수밖에 없거나, 최소한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라. 카페, 지하철, 도서관, 공원, 어디든 상관없다. 아니면 새로운 동네로 이동해 평소와 다른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해도 좋다. 연인이 있다면 함께 약속하고 신선한 장소를 물색해 연애와 독서를 동시에 즐겨도 좋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자연 속에 가서 책을 한 권씩 읽어도 좋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독서클럽에 가입해도 좋다.
아무튼 자신의 현실에 맞게 가장 적절한 환경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습관이 형성될 때까지만 그 환경에 자신을 묶어 보라. 그 이후부터는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이상한 느낌을 독서하는 뇌가 선물해 줄 것이다.
계독(系讀)으로 시작하자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창기에 내가 명저라고 뽑은 책들 중에는 나중에 다시 보니 절대 사람들이 읽지 않았으면 싶은 책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 책들을 명저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첫째, 내 편견을 자극하고, 둘째, 꽤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무지함을 두려워 말라. 거짓 지식을 두려워하라”라고 말했다. 나는 두려움 없이 거짓 지식에 매료되었던 것이다.하지만 파스칼의 이 명언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거짓 지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무지함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무지하면 어떤 것이 거짓 지식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 1년에 다섯 권의 독서력에서 나오는 울림은 후에 자신을 부끄럽게 하며 울릴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다독가의 글을 보면 ‘고해성사’를 자주 보게 된다.
어떻게 하면 거짓 지식을 극복할 수 있을까? 마쓰오카 세이고의 책 제목처럼 ‘다독술이 답이다’. 특히 내가 추천하는 것은 계독이다. 계독이란 어떤 한 분야나 주제를 정해서 그 계보에 따른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큰 범주에서 경제, 경영, 심리학 관련 책들을 계독했다.

만약 여러분이 초보 독서가(성인)라면 계독을 시작하되, 절대 두껍고 어려운 책으로 시작하지 말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무조건 쉽고 얇은 책으로 시작하라.
우리의 뇌는 말을 하는 것과는 달리, 책 읽는 것에 대한 배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도전해서 성공을 거두기가 힘들다. 순간 열정이 생기고 전문가들이 명저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책에 마음이 쏠린다고 하더라도, 400쪽이 넘는 책 은 독서의 첫 ‘습관’이 생긴 이후에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계독을 할 분야 선정: 일단 직업과 전공에 관심을 가져라
미국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버트 그린은 『마스터리의 법칙』에서 역사 속 거장들은 특정 분야의 강력한 욕구와 관심 분야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주제에 이끌리는 깊고 강한 성향이 마스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확고한 내적 동기가 있으니 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그런데 로버트 그린은 이런 특정분야에 대한 강렬한 애착은 유전적이고 생래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을 타고나며, 바로 그것에 매진할 때 마스터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로버트 그린의 조언은 매우 그럴듯해 보여도 애초에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소용이 없다.

첫째, 크게 고민할 것 없이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하고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이 내면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을 끄는 분야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가장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이는 강력한 외적동기가 될 수 있다. 존경하는 리영희 교수의 자서전 『대화』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리영희 교수는 군복무 자체를 하지 않고 대학원까지 평탄하게 밟아 온 사람들이 많았던 당시, 7년이라는 군복무 기간을 지내면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제대로 된 기자로 서기 위한 타결책으로 독서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위의 글에서 그가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분야를 계독했음을 알 수 있다.“이런 직업환경 속에 느닷없이 뛰어든 내가 그들과 대등한 직업적 경쟁자가 되는 길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독서뿐이었어. 이런 필요로 내가 거친 독서의 목록은 방대하지만 몇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는 직업상 필요한 국제정치와 국제관계에 관한 자료·정보·논문 서적들, 둘째는 제국주의 역사·식민지 해방투쟁·사회혁명, 그리고 사회주의 이론과 실제 상황에 관련된 서적들이었어. 셋째는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으로서, 여러 대륙에서 일어나는 개별 국가들의 혁명의 특수성에 관한 정보와 현장지식이었고, 넷째는 이 시기에 인류의 새로운 생존양식으로 등장하여 ‘미래의 사회’로 기대되었던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관계서적, 다섯째는 새로운 인류적 미래를 억압하고 말살하는 세계적 양대 패권국가인 기성 자본주의 미국과 신흥 패권국가인 소련의 체제와 정책에 관한 독서였어요.
그리고 그런 모든 상황에 작용하는 국제법,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 적어도 근현대에 걸친 외교사와 전쟁사, 당시의 동서 진영 군사대결의 특징인 군사와 군사전략, 심지어 개별 무기에 관한 상당히 깊은 정보와 지식에 필요한 정보·자료·문서들이었어.”
리영희 교수의 계독 사례는 처음 계독을 시작하는 성인에게 가장 적합한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분야인데다가, 무엇보다 심도 있는 계독이 성공했을 경우에는 그것이 직업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대학 생들을 보더라도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폭넓은 계독을 하는 이가 드물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직업과 전공이 너무 지겹다면: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책을 집자
한편 직업과 전공에 대해서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뉴스나 미디어를 보다가 자신의 마음을 이끄는 주제를 선택해서 계독을 시작해도 좋다. 내가 그런 케이스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접하고 나서 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고 시작한 것이 경제 분야에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이와 같은 예를 든다면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유럽 난민 문제가 심각한데, 이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전쟁사나 세계사, 혹은 국제관계 쪽으로 분야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요즘 셰프들이 뜨고 있으니 요리에 대한 책들을 읽어 봐도 좋겠다. 요리법, 요리의 역사, 요리와 건강, 세계의 요리 등으로 이어가면 어떨까?
나는 최근에 와서야 로버트 그린의 주장이 대중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일견 옳은 측면도 없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책을 계독하다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뇌과학, 인지심리학, 행동경제학이다. 과학, 심리학, 경제학이라서 전혀 다른 분야로 보이지만, 이 셋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 되어 있다.
나는 미국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독서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애착을 갖는 분야를 찾게 되었다. 여러 분야와 주제를 계독한다면, 여러분도 분명히 사랑하는 분야를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