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창업을 준비 중이시라면 여러분은 일단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창업자를 위한 시기별 정부지원사업이 어느 때보다 활성화된 환경이기 때문이죠.
저희도 지금껏 6건의 정부사업에 합격해 감사하게도 시기별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중복지원 불가 등의 이유로 서류통과 후 포기한 사업도 있는데요. 세어보니 총 11건의 정부지원 서류를 썼고, 그중 9개가 합격했습니다.
막연하다 보니까 어려워 보이는 것이지, 사업계획서 쓰기는 알고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은 9가지 실용적인 서류 합격 포인트를 공유해보겠습니다.
1. 지원서류는 잡지 한 권이다
<빅이슈코리아>정부지원서류 작성 과정은 ’20장 잡지 한 권’을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이 무슨 알쏭달쏭한 이야기냐고요? 잡지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3요소는 콘텐츠, 레이아웃, 사진입니다. 사업 서류도 꼭 같아요. 읽기 편한 레이아웃을 짠 뒤 사업 아이템이란 콘텐츠를 정리, 적재적소에 이미지를 배치하면 완성됩니다.
더불어 ’20장 잡지’로서의 접근은 전체적인 통일성과 완결성을 만들어줍니다. 내 사업아이템을 설명하는 이 잡지에서 논리적 흐름은 어때야 하는지, 전체를 봤을 때 어느 정도 시점에서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좋을지 생각하다 보면 짜임새 있게 서류의 구도가 잡힙니다.
2. 여백은 꼭 필요하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여백은 없어도 되는 그냥 빈칸이 아닌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여백의 역할은 ‘레이아웃’ 구성입니다. 사이 공간 없이 빽빽한 글을 보면 어떠세요, 읽기도 전에 피로감이 들지 않나요? 첫인상에서 ‘읽기 싫다’는 느낌을 주면 심사에 좋게 작용할 리가 없습니다.
자, 한번 상상해볼까요. 여러분 책상 왼편에는 지금 2.5m 높이로 서류가 쌓여있습니다. 우리는 겨우 몇 시간 안에 이걸 전부 읽고 점수 매겨야 합니다. 넉넉잡아도 서류당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5분 이내입니다.
이게 실제로 심사역들이 겪는 고충입니다(아마도). 서류가 반드시 친절해야만 하는 이유죠.
친절해 보이기 위해 제가 썼던 방법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문장을 짧게 쓴다. 내용이 길면 중간에 끊고 새 문장에 쓴다.
챕터의 시작과 끝과 문단 사이에 적당한 여백을 넣어 여유를 준다.
여백과 더불어 제목과 내용의 폰트를 달리해 ‘레이아웃’을 구성한다.
이미지/사진/표/차트로 설명할 수 있으면 글을 최대한 줄인다. 글이 빽빽하다 싶으면 이미지를 억지로라도 구해 중간에 배치한다.
계속 다시 읽어보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심사역을 코스프레 하면서 어려운 부분, 불편할 것 같은 부분을 찾아 전부 수정한다.
3. 사업내용이 다 들어갈 필요는 없다
창업자 입장에선 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모든 내용을 놓치지 않고 말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같은 사업군의 많은 서류를 보는 심사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내용이 많겠죠.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차라리 과감히 덜어내는 편이 낫습니다. 굳이 없어도 될 내용까지 다 욱여넣어서 시선을 분산시키지 말고,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것 몇 가지만 임팩트 있게 꽂아주는 편이 더 좋습니다.
4. 팀, 아이템, 수익모델이 중요
가장 중요한 3가지 항목을 꼽으라면 단연 창업자(팀) 소개, 아이템 소개, 수익모델이죠. 시장조사, 마케팅전략 등은 그보다 덜하고 상황에 따라 그 부분은 아예 안 읽는 심사역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시장조사 부분에서 문단 전체를 잘못 복사-붙여넣기 한 상태로 제출했는데, 통과한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운이 좋았습니다. 헤헷)
시장조사같이 품이 드는 항목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지 말고 아이템에 우선을 두시는 걸 추천합니다.
5. 합격한 서류를 참고하자
당연한 얘기지만 이건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구글링 돌려봤지만 잘 안 나오더군요. 유일하게 두 군데에서 나오는데요.
크몽 같은 재능판매 사이트와 비즈폼 같은 서식판매 유료 사이트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첫 3~5장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만 봐도 감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혹시 옛날 서류도 괜찮다면 이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6. 바로 보내지 말고 숙성시키자
완성 후 마감까지 여유 시간이 있다면 보내지 말고 내일 다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우선 글은 고칠수록 좋아집니다. 또 초고 작성을 막 끝낸 후엔 웬일인지 오류가 잘 보이지 않죠. 이건 서류작성의 영역이 아닌 모두가 공감하실 글의 속성 탓인 것 같네요.
7. 쉽게, 그러나 고급어휘로
논술을 경험해본 분이라면 이해하실 텐데요. 똑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쉽게 쓰면서도 사이사이 고급어휘를 넣어주면 가독성과 전문성을 둘 다 잡을 수 있습니다.
사업내용을 상징적으로 함축하는 키워드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보통 교수님들이 정말 잘하시는 부분이죠. 전문용어나 약어를 써야 하는 경우엔 괄호설명을 써주는 편이, 물론 좋습니다.
8. 반드시 창업자가 직접 쓰자
처음엔 낯설어서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법률사무소나 재능판매자에게 맡기지 말고 창업자께서 직접 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습’의 문제 때문인데요. 나중에 IR을 하든 뭘 하든, 내 사업을 정리해서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능력은 중요합니다. 또 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다 보면 내 사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서류합격 후 있을 발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겠죠.
이런 서류도 쓰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제 경우 20장 내외 지원서를 처음 쓸 때 꼬박 1주일을 잡고 썼습니다. 꽤 머리 싸매고 열심히 썼지만 떨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낸 동일한 분량의 지원서는 거의 하루 만에 아주 쉽게 썼습니다. 그리고 합격했습니다. 쓰다 보면 일종의 ‘프레임워크’가 생깁니다.
누구나 그렇듯 저도 엉망이었습니다. 쓰다 보면 늘고, 늘고 나서 보면 별거 아닙니다.
9. 존대/반말/축약은 상관없다
전 이게 정말 궁금해서 한참 찾아보고 물어봤는데 끝내 알려주는 데가 없었습니다. 실험을 통해 결국 알아낸 답은 ‘상관없다‘는 거였습니다. (젠장ㅠㅠ)
존댓말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1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고 하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책은 도끼다』는 명저이다. 나는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다섯 번 이상 정독했으며, 밑줄 친 부분만 수 십 군데다. 하지만 명저이고 좋아하는 책이라고 해서 그 내용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일본에서 독서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오카 세이고는 『다독술이 답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편이 좋다’라는 등의 말은 언뜻 훌륭해 보입니다만, 이런 조언만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없습니다. 저라면 오히려 그 반대로 하라고 권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자꾸자꾸 읽어라. 자신에 맞는 책을 찾기보다는 적당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 읽어도 좋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나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더 나아가 초보독서가라면 ‘다독 콤플렉스’를 가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책은 도끼다』의 인용한 부분을 보면,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눈에 들어오는 책들만 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변의 다독가들을 떠올려 보자. 다독가들은 두꺼운 책도 많이, 잘 읽는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특징은 물론 1년에 몇 권 읽었는지도 스스로 체크하지만, 언제나 좋은 책에 대한 갈망이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두꺼운 명저를 완독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초보 독서가도 그처럼 처음부터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까?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507쪽), 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580쪽),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751쪽),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1406쪽) 등이 아무리 나에게 10점 만점인 책들이라 할지라도, 이제 독서를 제대로 해 보고자하는 이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전반부의 몇십 쪽만 읽고 포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며, 오히려 또 한 번 독서 실패를 경험하며 그 전보다 독서와의 거리가 더 멀어질 수 있다. 초보 독서가는 아직 독서에 잘 적응하지 못한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에 재미를 붙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앞서 이야기한 『책은 도끼다』를 자주 추천한다. 강의식으로 글이 씌어져 있어 읽기가 편하고,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지금보다 100쪽 정도 더 많은 450쪽이었다면 결코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작부터 두꺼운 책으로 가면 부작용만 일어난다
‘자랑하는 책 읽기’는 속물적인 것일까?
그렇다면 자랑하는 책읽기는 어떨까? 속물처럼 보이는가? 사실 우리 대부분은 속물이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 애니멀』, 매튜 리버먼의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 엘리어트 애런슨의 『인간, 사회적 동물』을 나는 인간의 사회성을 드러낸 명저 삼위일체라 부르는데, 이 책들 모두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자랑의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본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다행히 인간의 뇌에는 잘 발달된 전두엽이 있어서, 자신의 본능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전략을 짤 수 있다.
마쓰오카 세이고가 왜 멋있게 보이려 하는 것도 괜찮으니 자꾸자꾸 책을 읽으라고 했을까? 그렇게라도 책을 많이 읽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뒤에서 다시 말하겠지만, 내가 다독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도 나의 속물적인 본능을 전략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을 자랑하게 될까? 거의 그렇지 않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책 권수가 아니라 명저를 소개하면서 자신을 드러낸다. 좋은 책을 자랑하고 그 책을 읽는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어서 고맙고, 그렇게 멋진 책을 읽는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압박에 시달리지 말고 좋은 책을 고르자마지막으로 “1년에 다섯 권을 읽더라도 자기에게 ‘울림’을 주는 문장이 얼마나 많으냐가 더 중요하다”라는 내용에도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아니, 뭔가 앞뒤가 맞지가 않다. ‘울림’이 많다는 이야기는 깊은 독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깊은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독서 가의 뇌’를 소유해야 한다. 그리고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많은 책을 읽을 때에야 가능하다.
책은 철저하게 독자의 수준을 반영하게 되어 있다. 1년에 겨우 다섯 권(하루에 12분)을 읽는 초보 독서가에게 많은 울림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다독을 하면 알게 되는데, 독서가 서툴 때 울림을 준다고 여겨 밑줄을 그었던 구절들 중에 나중에 다시 보면 울림을 받지 말았어야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음을 알게 된다.
심지어 초보 때 명저로 생각했던 책이지만 다독가가 된 뒤에는 마치 쓰레기처럼 보이는 책도 있다. 1년에 다섯 권의 책을 읽는 수준으로는 자신이 제대로 된 울림을 받고 있는 지 결코 알 수 없다.
1년에 몇 권의 책을 읽어야 다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할까? 정확한 기준은 없다. 2013년 독서실태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성인들은 여가시간의 약 12.5%를 독서에 쓰며, 대략 1년에 열 권의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적어도 여기에서 두 배정도는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1년에 스무권이 되지만, 이 정도로 다독이라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여가시간 말고도 우리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상당히 많다.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누군가를 기다릴 때, 그리고 화장실에서의 시간도 활용할 수 있다.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헨리 밀러는 “나의 훌륭한 독서는 화장실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시간을 잘 활용하면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문에 좋지 않으니 권하지는 않겠다하루에 24분 정도를 투자하면 1년에 열 권을 읽을 수 있으니, 자투리 시간에서 약 한 시간 10분 정도만 독서시간으로 확보한다면 약 30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다. 빌 게이츠처럼 휴가를 독서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다독의 마지노선은 1년에 50권,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다독에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개인적인 경험과 현실적인 시간 안배를 생각해 봤을 때, 아무리 바쁘다 할지라도 일주일에 한 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도로 꾸준히 읽는다면 숙련된 뇌를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다독을 할 수 있을까? 내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나는 책을 읽기 위해 나도 모르게 오디세우스가 썼던 전략을 사용하게 되었다.
독서 환경에 몸을 묶어라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가 승리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후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겪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귀향 중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눈을 찌르고 도망가면서 저주를 받게 되어 10년간 생명을 위협받는 고생을 한다.
오디세우스는 풍랑을 만나 헤매다가 아이아이에라는 섬에서 마녀 키르케를 만나는데, 1년 뒤 그가 떠날 때 그녀는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요정 세이렌은 절벽과 암초로 둘러싸인 섬에서 신비로운 노래로 지나가는 배를 유혹하는데, 선원들이 그 노랫소리에 홀려 정신을 잃어 배가 난파되거나 물에 뛰어들어 생명을 잃는다며, 세이렌 섬을 지나기 전에 밀랍으로 선원들의 귀를 단단히 틀어막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에게 세이렌 자매의 목소리를 꼭 듣고 싶다면, 선원들에게 그의 몸을 돛대에 묶도록 명령하라고 했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었던 오디세우스는 부하 선원들에게 명령했다.
“나를 거칠고 단단한 밧줄로 돛대에 묶어라. 그리고 내가 놓아 달라고 명령하고 간청하거든 더 꽉 묶어라.”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동안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놓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충성스러운 부하들은 그를 더 단단히 묶었고, 결국 모두 무사히 세이렌 섬을 통과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전략은 21세기 용어인 ‘넛지(nudge)’와 매우 비슷하다. 넛지는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캐스 선스타인과 리차드 탈러가 만든 개념으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원래의 뜻은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것인데, 잘 설정한 환경의 팔꿈치로 한 개인을 슬쩍 찔러 특정한 행동을 하게(혹은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연상시킨다. 나도 이 넛지를 활용해 다독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
2008년 새해가 되자, 나는 다독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바로 ‘카페에 내 몸을 묶어라!’였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세계 경제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서, 나는 급속도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갔다. 경제기사와 보고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던 나는 본격적으로 경제 도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행을 하려니 독서 트라우마가 나를 괴롭혔다. 그동안 이미 수없이 독서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바 있었으므로, 이번에도 큰마음을 먹었지만 실패할 것만 같았다. 뭔가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느꼈다.
다독을 위한 특별한 장소
먼저 나 자신을 믿지 않기로 했다. 매번 세이렌의 유혹이 내 의지를 무참히 박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특별한 장소’였다. 일단 집은 아니었다. 집에는 컴퓨터가 있고, 나는 게임을 좋아하니 독서를 하다가 분명 게임을 시작하게 될 것이 뻔했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하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조용한 도서관에 가면 침 흘리며 쓰러져 자다가 깰 나 자신이 훤히 보였다. 그럼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나?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이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지 않았고, 특히 남자들은 카페를 거의 찾지 않았다. 카페에는 커피를 마시며 지인들과 대화를 하거나 독서를 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여자가 많은 곳이라……!’
당시 미혼이었던 나는 지금의 아내인 여자 친구에게 일편단심이었지만, 그래도 혈기왕성한 청년이었기에 여자들이 많이 있는 장소 자체가 상당한 자극을 주었다. 그곳에서 피곤하다고 잘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여성들의 가시권 안에서 책을 멋들어지게 읽는 것 자체가 나에게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렇다. 난 속물이었다. 마쓰오카 세이고가 말한 것처럼, 난 좀 ‘있어 보이기 위해’ 카페를 독서의 장소로 선택했던 것이다. 정신과 시간의 방당시 나는 퇴근 후에 집에 오면 책 한 권만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빵도 같이 파는 카페였기에 저녁도 대부분 그곳에서 해결했다. 대체로 남자는 나 혼자뿐이었고 그만큼 내 각성상태는 하늘을 찔렀다. 나는 경제 전문가인양 독서를 했고, 거의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 다.
장소 선택은 습관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물론 처음에는 책이 어려워서 덮고 싶거나 졸릴 때도 많았고, 마음 한쪽에서 들리는 ‘이제 그만 하자’라는 세이렌의 목소리에 항복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독서가 습관이 되어 있었다. ‘습관’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번 되풀이함으로써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을 뜻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말하고 싶다. 습관이란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감정이 드는 상태이다(전문가들은 어떤 행동을 약 66일 정도 반복하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말했다. 나는 독서에 습관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그야말로 ‘느낌’이다.
경제 도서를 100권 정도 돌파하자, 점차 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독서에 가속도가 붙는 듯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1년에 300여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 나의 뇌는 독서하는 뇌로 변했다. 가소성이라는 말은 고체가 특정 방향으로 바뀌지만, 원래의 모습으로는 잘 돌아오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독서하는 뇌’로 변해 버린 나는 그때 이후로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음 해에 결혼을 하고 여러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지만, 1년에 200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예전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은 줄었지만, 여전히 연 150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전략은 오디세우스나 나에게만 통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토드 해서톤과 페트리샤 니콜스의 연구에 따르면, 인생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무려 36%가 ‘새로운 장소’로 이동한 것과 관련이 있었다. 게다가 변화를 위해서 새로운 장소로 이동했음에도 실패했던 확률은 13%에 불과했다.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 적절한 장소를 활용한다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리해 보자. 어떻게 다독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뇌는 죽을 때까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처음에는 책 읽는 뇌가 아니어서 힘들겠지만, 뇌는 책 읽는 뇌로 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어떻게 1년에 50권 이상의 책을 읽어?’라고 한계를 짓지 말자. 사고방식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사고의 변화는 자신의 의지로 충분히 가능하다.
정신무장을 했다면 이제 행동을 할 때이다. 하지만 실제로 행동을 할 때에는 자신의 의지만을 믿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독서를 할 수밖에 없거나, 최소한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라. 카페, 지하철, 도서관, 공원, 어디든 상관없다. 아니면 새로운 동네로 이동해 평소와 다른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해도 좋다. 연인이 있다면 함께 약속하고 신선한 장소를 물색해 연애와 독서를 동시에 즐겨도 좋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자연 속에 가서 책을 한 권씩 읽어도 좋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독서클럽에 가입해도 좋다.
아무튼 자신의 현실에 맞게 가장 적절한 환경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습관이 형성될 때까지만 그 환경에 자신을 묶어 보라. 그 이후부터는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이상한 느낌을 독서하는 뇌가 선물해 줄 것이다.
계독(系讀)으로 시작하자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창기에 내가 명저라고 뽑은 책들 중에는 나중에 다시 보니 절대 사람들이 읽지 않았으면 싶은 책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 책들을 명저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첫째, 내 편견을 자극하고, 둘째, 꽤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무지함을 두려워 말라. 거짓 지식을 두려워하라”라고 말했다. 나는 두려움 없이 거짓 지식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파스칼의 이 명언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거짓 지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무지함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무지하면 어떤 것이 거짓 지식인지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 1년에 다섯 권의 독서력에서 나오는 울림은 후에 자신을 부끄럽게 하며 울릴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다독가의 글을 보면 ‘고해성사’를 자주 보게 된다.
어떻게 하면 거짓 지식을 극복할 수 있을까? 마쓰오카 세이고의 책 제목처럼 ‘다독술이 답이다’. 특히 내가 추천하는 것은 계독이다. 계독이란 어떤 한 분야나 주제를 정해서 그 계보에 따른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큰 범주에서 경제, 경영, 심리학 관련 책들을 계독했다. 도서관 분류를 잘 활용하자물론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세부 주제별로 계독을 많이 했다. 독서법 강의를 준비하면서는 독서법과 관련된 거의 모든 책을 섭렵했고, 이 책을 준비하면서 시중에 나온 쓸 만한 뇌과학 책들은 대부분 훑어봤다. 이렇게 특정 분야나 주제의 책들을 수십 권에서 수백 권 집중적으로 읽으면 그 분야에 관한 한 ‘준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정도 수준에 이르면 드디어 진리인양 위장하고 있는 거짓 지식들을 발견할 수 있다. 형편없는 베스트셀러가 눈에 들어오고, 헛소리하는 전문가의 칼럼도 눈에 밟히며, 엉뚱하게 반응한 베스트 댓글도 눈에 거슬리게 된 다. 집중적인 계독이 여러분에게 주는 선물이다.
만약 여러분이 초보 독서가(성인)라면 계독을 시작하되, 절대 두껍고 어려운 책으로 시작하지 말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무조건 쉽고 얇은 책으로 시작하라.
우리의 뇌는 말을 하는 것과는 달리, 책 읽는 것에 대한 배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도전해서 성공을 거두기가 힘들다. 순간 열정이 생기고 전문가들이 명저라고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책에 마음이 쏠린다고 하더라도, 400쪽이 넘는 책 은 독서의 첫 ‘습관’이 생긴 이후에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계독을 할 분야 선정: 일단 직업과 전공에 관심을 가져라
미국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버트 그린은 『마스터리의 법칙』에서 역사 속 거장들은 특정 분야의 강력한 욕구와 관심 분야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주제에 이끌리는 깊고 강한 성향이 마스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확고한 내적 동기가 있으니 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런데 로버트 그린은 이런 특정분야에 대한 강렬한 애착은 유전적이고 생래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을 타고나며, 바로 그것에 매진할 때 마스터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로버트 그린의 조언은 매우 그럴듯해 보여도 애초에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소용이 없다. 독서의 신 다치바나 다카시는 아예 책을 보관하려 건물을 올렸다(…)초보 독서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 이미 있다면, 그 사람은 초보 독서가로 머물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찾아 보고 읽어 보고 마스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독할 분야를 선택할 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크게 고민할 것 없이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하고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이 내면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을 끄는 분야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가장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이는 강력한 외적동기가 될 수 있다. 존경하는 리영희 교수의 자서전 『대화』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런 직업환경 속에 느닷없이 뛰어든 내가 그들과 대등한 직업적 경쟁자가 되는 길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독서뿐이었어. 이런 필요로 내가 거친 독서의 목록은 방대하지만 몇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는 직업상 필요한 국제정치와 국제관계에 관한 자료·정보·논문 서적들, 둘째는 제국주의 역사·식민지 해방투쟁·사회혁명, 그리고 사회주의 이론과 실제 상황에 관련된 서적들이었어. 셋째는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으로서, 여러 대륙에서 일어나는 개별 국가들의 혁명의 특수성에 관한 정보와 현장지식이었고, 넷째는 이 시기에 인류의 새로운 생존양식으로 등장하여 ‘미래의 사회’로 기대되었던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관계서적, 다섯째는 새로운 인류적 미래를 억압하고 말살하는 세계적 양대 패권국가인 기성 자본주의 미국과 신흥 패권국가인 소련의 체제와 정책에 관한 독서였어요.
그리고 그런 모든 상황에 작용하는 국제법,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 적어도 근현대에 걸친 외교사와 전쟁사, 당시의 동서 진영 군사대결의 특징인 군사와 군사전략, 심지어 개별 무기에 관한 상당히 깊은 정보와 지식에 필요한 정보·자료·문서들이었어.”
리영희 교수는 군복무 자체를 하지 않고 대학원까지 평탄하게 밟아 온 사람들이 많았던 당시, 7년이라는 군복무 기간을 지내면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제대로 된 기자로 서기 위한 타결책으로 독서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위의 글에서 그가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분야를 계독했음을 알 수 있다.
리영희 교수의 계독 사례는 처음 계독을 시작하는 성인에게 가장 적합한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분야인데다가, 무엇보다 심도 있는 계독이 성공했을 경우에는 그것이 직업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대학 생들을 보더라도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폭넓은 계독을 하는 이가 드물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직업과 전공이 너무 지겹다면: 조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책을 집자
한편 직업과 전공에 대해서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뉴스나 미디어를 보다가 자신의 마음을 이끄는 주제를 선택해서 계독을 시작해도 좋다. 내가 그런 케이스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접하고 나서 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고 시작한 것이 경제 분야에 빠져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예를 든다면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유럽 난민 문제가 심각한데, 이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전쟁사나 세계사, 혹은 국제관계 쪽으로 분야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요즘 셰프들이 뜨고 있으니 요리에 대한 책들을 읽어 봐도 좋겠다. 요리법, 요리의 역사, 요리와 건강, 세계의 요리 등으로 이어가면 어떨까?
나는 최근에 와서야 로버트 그린의 주장이 대중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일견 옳은 측면도 없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책을 계독하다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뇌과학, 인지심리학, 행동경제학이다. 과학, 심리학, 경제학이라서 전혀 다른 분야로 보이지만, 이 셋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 되어 있다.
나는 미국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독서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애착을 갖는 분야를 찾게 되었다. 여러 분야와 주제를 계독한다면, 여러분도 분명히 사랑하는 분야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예스24 / 교보 /알라딘 / 인터파크** 본 내용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다독(많이 읽다)편’ 있는 내용입니다.
상상발전소/방송영화2015.12.17 15: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1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연일 화제입니다. 그동안 재개봉 영화는 보통 고전 영화를 복원하거나 리마스터링 해 비수기에 영화를 추억하는 몇몇 관객들이 찾곤 했는데요. 이번 11월 초 재개봉해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이터널 선샤인>은 2005년 국내 개봉 이후 10년만인 올해 첫 개봉 당시 관객 수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재개봉 영화 사상 최초의 기록답게 최근 재개봉 영화에 대한 관심 자체도 높아졌는데요. <이터널 선샤인>만큼이나 우리를 웃고 울게 한 명작들이 12월에도 찾아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 다시 만나는 반가운 재개봉 영화들, 상상발전소에서 만나보았습니다.
▲ 사진 1 영화 <렛 미 인> 포스터
북유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은 지난 12월 3일 전국 CGV 47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13일간 상영되었는데요. 2008년 개봉한 <렛 미 인>은 제1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를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했을 뿐 아니라 영화 비평 위주 평점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8%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미 작품성이 보증된 영화라는 점, 그리고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북유럽 영화가 무척 드물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재개봉 소식이 반가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 사진 2 영화 <렛 미 인>의 한 장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렛 미 인>은 인간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요. 흔히 뱀파이어와 인간이라 하면 우리에게는 영화 <트와일라잇>같은 판타지 로맨스가 익숙한 데 반해 <렛 미 인>은 공포물과 서정적인 로맨스를 혼합한 작품이라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외로운 12살 소년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의 마을에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가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흡혈해야 하는 이엘리가 오스칼을 단 한 명의 친구이자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과 이엘리가 흡혈을 위해 살인을 하는 모습이 대비를 이루면서 영화는 기이하면서도 애틋한 느낌을 줍니다.
눈으로 하얗게 덮인 마을 속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과 생존을 위해 거행되는 핏빛 살인의 반전되는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렛 미 인>을 여운 가득한 영화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마치 ‘겨울’처럼 포근하면서도 오싹한 영화 <렛 미 인>이 ‘이달 가장 보고 싶은 재개봉 영화'로 선정되어 12월 우리를 다시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 사진 3 영화 <러브 레터>의 명장면. 설원 위의 “오겡끼데스까?”
‘겨울’하면 생각나는 영화 <러브 레터>도 12월에 다시 만나볼 수 있는데요. <러브 레터>는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자 히로코와 그 남자와 이름이 같았던 여자 이츠키, 두 여자가 첫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우리에게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라는 명대사로 잘 알려진 영화이기도 하죠. 특히 극 중 히로코와 이츠키, 두 역할을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홀로 연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러브 레터>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만큼 <러브 레터>의 감독, 이와이 슌지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 사진 4 <러브 레터>의 포스터를 활용한 이와이 슌지 기획전 포스터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20일까지 11일간 이와이 슌지 감독의 모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와이 슌지 기획전- 당신이 기억하는 첫 설렘>이 열리는데요. 그의 대표작 <러브레터>는 물론 배우 아오이 유우가 주인공을 맡은 <하나와 앨리스> 등 많은 작품이 이 기획전에서 재개봉됩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첫사랑, 청춘, 우정 등을 그린 그의 밝은 작품은 물론 죽음, 왕따 등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그려낸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피크닉>, <언두> 같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중 후자는 특히 국내 영화관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작품이 많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기획전 기간 중 이와이 슌지 감독이 직접 내한해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몇몇 영화는 그 인기로 인해 매진 행렬을 이루었는데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대표작인 <러브 레터>는 오는 2016년 1월에도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획전을 놓친 이들은 다가올 1월에 영화관을 찾아도 좋을 듯합니다.
‘12월’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이 때문에 12월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도 많이 생각나는데요. 매년 크리스마스에 수도 없이 돌려봤을 <나 홀로 집에>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 봅니다.
▲ 사진 5 영화 <러브 액츄얼리> 포스터
<러브 액츄얼리>는 런던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인데요. 여기서 옴니버스란 서로 독립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하나의 주제로 묶여 있는 구성을 이야기합니다.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지는 여러 커플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요. 19명의 남녀 주인공들이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휴 그랜트, 콜린 퍼스, 리암 니슨, 키이라 나이틀리 등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또한,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프러포즈의 정석, 스케치북 고백 장면이나 <All You Need Is Love>라는 익숙한 OST로 반가움을 선물하는 영화이기도 하죠.
▲ 사진 6 영화 <러브 액츄얼리> 속 명장면인 스케치북 고백 장면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로맨스 영화인만큼 <러브 액츄얼리>는 12월 17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재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인을 비롯한 많은 관객이 하루빨리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러브 액츄얼리>가 <이터널 선샤인>에 이은 새로운 재개봉 흥행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처럼 올 12월 <러브 액츄얼리>와 함께하는 많은 이들에게도 사랑이 가득할 것 같네요.
2015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는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가 12년 만에 재개봉합니다. <그녀에게>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2002년 작품으로 아카데미 오리지널 각본상과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작품인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쿠쿠루쿠쿠 팔로마 (Cucurrucucu Paloma)>라는 음악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 사진 7 영화 <그녀에게>의 한 장면
<그녀에게>는 각기 다른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연인들의 곁을 지키는 두 남자, 마르코(다리오 그란디네티)와 베니그노(하비에르 카마라)를 통해 조금은 다른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투우사인 여자친구 리디아(로자리오 플로레스)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자신에게 헤어짐을 말하려했다는 사실을 알고 고뇌하는 마르코와, 수년간 짝사랑했던 혼수상태의 알리샤(레오노르 와틀링)에게 헌신을 다하는 베니그노의 모습이 대비되어 나타나는데요. 영화는 극 중 마르코와 베니그노의 사랑을 통해 사랑이란 과연 두 사람 간의 교감인지, 일방적인 헌신인지에 관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 사진 8 영화 <그녀에게> 포스터
이렇게 영화가 보여준 사랑에 관한 깊이 있는 물음 때문인지 <그녀에게>는 영화감독 장진, 배우 전도연 등 영화인들이 추천하는 영화로 수차례 언급되기도 했는데요. 가수 윤상의 <어떤 사람 A> 뮤직비디오에 영화 속 장면이 등장하는 등 많은 이들의 극찬으로 <그녀에게> 의 재개봉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타적인 사랑과 이기적인 사랑, 그리고 사랑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인만큼 쓸쓸한 연말·연초 많은 이들이 찾지 않을까 합니다.
▲ 사진 9 지난 11월 재개봉해 재개봉 영화에 관한 관심을 이끌어낸 <이터널 선샤인>
이번 12월 극장가 속 재개봉 영화를 살펴보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연말 분위기 때문인지 사랑을 주제로 한 로맨스 영화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 우선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극장가에 블록버스터, 수사물, SF영화 등은 넘쳐나지만 신작 로맨스 영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계속되는 로맨스 영화 재개봉이 곧 새로운 로맨스 영화의 부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재개봉 영화 속 한국 영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재개봉 영화가 주는 이점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합니다. 우선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크린을 통해 예전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일 테죠. 또한, 이미 많은 사람이 관람해 작품성을 인정받아 온 콘텐츠이기에 재개봉한 영화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호평받을 확률이 높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나아가 재개봉 영화는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시간과 세대를 초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큰 흥행이 이루어지기 훨씬 전부터 많은 영화가 재개봉을 통해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왔습니다. 재개봉 영화에 대한 주목이 지나친 상업적 이용이나 새로운 콘텐츠의 부재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명작들의 재방문을 기다려봅니다.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지나고 있다. 변화가 빠른 모바일 시장에도 당연히 이슈가 많았다.
한 해 동안 어떤 일이 생겼는지 정리해보자. 일단 표면적으론 화려해 보이는 스마트폰 시장은 실제론 굉장히 침체된 한 해를 보냈다. 이것은 전세계적인 흐름이었다. 최근 몇 년 간 무섭게 성장해온 스마트폰 출하량의 성장세도 둔화됐다. 주요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제조사마다 고가형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앞다투어 개발하던 움직임도 잦아들었다. 이제 각 제조사는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덕분에 저가형 스마트폰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시행과 맞물려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중저가 스마트폰이 주목받았다. TG앤컴퍼니에서 출시한 '루나'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준수한 사양과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출고가를 제시해 SK텔레콤을 통해서만 단독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에 비해 각 제조사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폰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인기는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패블릿(태블릿과 폰의 합성어)이라 불릴만한 5인치 이상의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며 높인 인기를 구가했다. 모든 서비스 기반이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움직인 것도 올해 두드러진 트렌드다. 일단 결제 서비스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과정이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는 벌써 사용자들 생활 속에 친근하게 정착했으며, 삼성 페이를 필두로 한 단말기 결제 기능도 주목받고 있다. 결제는 물론 각종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 O2O 서비스의 맹활약은 실생활의 전통적인 풍경을 바꿔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배달의 민족같은 배달 앱과 카카오 택시다. 사람들이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온라인 속 화면을 터치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마 내년 쯤엔 O2O 서비스의 영역이 더욱 확장돼 생활 속 결제와 선택을 스마트폰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추측한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아직까진 미약하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대부분이 애플워치의 활약으로 아직까지는 브랜드나 종류가 다양화되지 않은게 아쉬운 점. 그래도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워치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파한 한해였다. 더 다양한 브랜드에서 스마트워치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본격적인 대중화를 기대해볼 만하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master@sporbiz.co.kr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 일을 미룹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이것이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닙니다. 빨래를 며칠 미루거나 페이스북에서 15분 정도 시간을 보내는 정도이지요.
그러나 이 ‘미루기’ 때문에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은퇴 후를 위해 연금을 붓기 시작해야겠다고 결심만 할 뿐 절대 이를 시작하지 않는 사람을 봅시다. 비만이나 당뇨로 고생하면서 ‘내일부터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을 거야’라고 말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도 그렇지요. 대략 5% 정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이런 만성 지연으로 고생한다고 합니다.
이는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일입니다. 어떻게 사람들은 스스로 결심한 좋은 내용임에도 이를 실제로 따르는 데에는 그렇게 약한 것일까요?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흔히 잘못된 시간 관리 방법과 자신의 부족한 의지력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자들은 이 문제의 답으로 우리 뇌와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을 꼽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루기’가 일종의 뇌의 대처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미루는 것은 곧 감정적으로 불편한 일을 피하고 대신 일시적으로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미루기 자체가 다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며, 사람들은 이 때문에 더 그 일을 미루게 만드는 부정적 순환이 일어납니다.
이런 미루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뇌가 왜 이렇게 ‘미루기’에 약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 톰 파이킬은 자신이 공저한 한 논문에서 앞선 시험에서 할 일을 미뤘던 학생이 자신을 용서했을 때 그다음 시험에서는 할 일을 덜 미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미루기에 약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런 발견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미루기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에게 힌트를 줍니다.
오타와 칼튼 대학의 교수인 파이킬은 지난 19년 동안 미루기(procrastination)에 대해 연구해왔습니다. 나는 그에게 왜 사람들이 자꾸 일을 미루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수잔나 로크‘미루기’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인가요?
팀 파이킬자꾸 일을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나는 시간 관리에 문제가 있어’ 또는 ‘마음을 잡지 못했을 뿐이야. 의지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라고 말합니다. 한편 다른 이가 할 일을 미루는 것을 볼 때는 경멸적인 단어를 사용해 이를 표현합니다. ‘그 사람들은 게으른 거지.’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미루기를 뇌가 가진 감정에 기반을 둔 대처 전략의 하나로, 현실에서 부정적인 형태로 드러난 뇌의 특성으로 여깁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따라 그 일을 피하고 있으며, 그 감정들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것들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미루는 것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한편 이는 자기 규제 능력의 부족과도 관계를 가집니다.
간단히 말해, 누구에게나 머릿속에 여섯 살 난 아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아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기 싫어! 기분 나빠!” 갸아아아 지금은 레포트 안쓸거야 웹툰 한 편만 보고 할거야 진짜로SL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뇌를 관찰함으로써 어떤 특징들을 발견했나요?
TP최근 우리는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루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현재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할 허쉬필드는 우리가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매우 훌륭한 연구들을 했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포토샵으로 만든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여 주었을 때 참가자들이 은퇴연금으로 더 많은 돈을 할당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fMRI 연구에서도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자신을 마치 타인처럼 여긴다는 것입니다.
우리 실험실의 대학원생 이브-마리 블루인-후돈은 우리가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상상하는지에 대한 세 가지 연구를 막 마쳤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연속성을 측정했습니다. 이는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이 얼마나 겹치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두 자아를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생각했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완전히 겹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이 연속된다고 보는 사람들일수록 일을 잘 미루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그녀는 이제 이미지를 이용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만들 예정이며, 이렇게 했을 때 학생들이 덜 일을 미룰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대상이 바로 미래의 나이며, 내가 일을 미뤘을 때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결국 나’라는 사실을 알게 함으로써 일을 덜 미루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SL 미루기에 관해 가장 놀라운 사실은 어떤 게 있나요?
TP 아직도 내가 놀랍게 생각하는 한 가지 사실은 많은 이들이 겪는 미루기 경험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미루기의 정의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루기를 사태가 악화될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스스로 이를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은 미루기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어쩔 수가 없어요.”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지요. 어떤 이들에게는 이는 스스로 손 쓸 수 없는 그런 일입니다.
SL 미루기를 멈출 수 있는 가장 좋은 팁 하나를 알려주세요.
TP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일단 시작하자(Just get started)”입니다. 하지만 “그냥 해(Just do it)”라고는 말하지 맙시다. 이건 너무 강압적이에요. 그러나 어떻게든 시작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눈앞에 놓일 때마다 우리는 이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이들은 그 일에 맞는 마음가짐이 갖추어 져야만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일을 할 기분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그 일에 딱 맞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즉, 우리는 각자 자신을 해야 할 일에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아,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어떻게든 시작해 보자고.”
SL 어떤 일을 아주 조금이라도 시작하고 나면, 그 일을 점점 더 하기 쉬워진다는 그런 실험적 증거가 혹시 있나요?
TP 앤드류 엘리엇과 다른 이들이 행한 심리학 실험 중에는 목표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이 있습니다. 즉,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그 일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시작이 당신의 기분을 낫게 만들고 다시 동기를 부여하게 됩니다.
1990년대에 나는 학생들에게 삐삐를 주고 과제 마감 5일 전부터 하루에 8번씩 삐삐를 울려 그들의 기분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과제를 막상 시작하자 그 과제가 생각보다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느낌은 변합니다. 그것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SL 하지만 자꾸 다른 일에 관심을 돌리게 되거든요. TP 피터 골위처와 그의 동료들은 실행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 요법을 통해 다른 일에 관심을 빼앗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에 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실행 의도란, “만약 ~ 하다면 ~ 할 것이다”와 같은 형식을 가집니다. “전화벨이 울려도 나는 받지 않을 거야.”, “친구가 전화를 걸어 내게 놀자고 말한다면 나는 안돼라고 말할 거야” 같은 것들입니다. 즉, 미리 결심을 해놓는 것이지요.
누구나 이런 실행 의도를 이용해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 문단을 끝내고 나면 바로 다음 문단을 읽을 거야.” 같은 식이죠.
SL 정말 사람들이 미루는 습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TP 나는 나 자신을 미루는 습관을 극복한 살아있는 예로 생각합니다. 대학생 시절 나는 언제나 할 일을 미뤘습니다. 하지만 미루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루기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미룰 경우 그 일을 결국 해야 할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스스로를 마주 보게 된다면, 사람들은 일을 미루지 않을 겁니다. 결국, 그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이니까요.
나는 내 삶을 좋아하고, 내게 중요한 일들을 하기위한 시간을 따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로버트 포젠이 쓴 “극도의 생산성(extreme productivity)”에는 OHIO 규칙이 소개됩니다. 이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라는 뜻입니다. (Only handle it once.) 나는 이메일에 이 법칙을 적용합니다. 이메일을 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죠. “지금 답하거나, 아니면 휴지통에 버릴거야.” 그 중간은 없습니다. 나는 나중에 답하기 위해 그 메일를 저장하지 않습니다.
2분 안에 답할 수 있다면 ? 이건 데이비드 알렌의 GTD 방식이죠? 바로 답하는 것입니다.
나는 예전에는 일을 많이 미뤘지만 이제 이런 여러 기발한 전략을 이용해 일을 미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원칙을 모든 층위에 적용합니다. 행동적인 일에, 감정적인 일에, 그리고 인지 수준의 일에서도 그렇습니다.
지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내 아이들에게 이를 가르칠 것인가입니다.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원문: 뉴스페퍼민트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 페이지는 페이스북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회통계를 소개합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맞아, 지난 발렌타인데이 특집으로 올라온 사랑 관련 통계 여섯 가지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관계와 종교
미국인의 86%는 같은 종교의 사람을 택합니다. 그러나 종교가 같다는 사실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이는 종교에 따라 다릅니다. 모르몬교, 기독교, 이슬람교, 시크교, 여호와의 증인 신자는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을 택할 확률이 확연히 높습니다. 종교별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과 만날 확률
나이 차이?
페이스북에 따르면 사랑에 빠진 남녀의 평균 나이 차이는 2.4세 입니다. 남자가 더 나이가 많은 경우가 67%, 여자가 많은 경우가 20%, 똑같은 경우가 13% 이죠.
나라마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남녀 간 경제, 정치, 교육, 등 격차를 지수화해 발표하는 “세계 성 격차 보고서”와의 상관관계를 비교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성 격차 지수가 높을수록 남녀 연인 사이 나이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테면 남녀 간 사회적 지위 격차가 큰 아랍지역 국가에서는 커플이나 부부의 남녀 간 나이 차이도 5.09세로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연상연하 커플은 6%에 불과했습니다. 그에 비해 동남아시아에서는 사회적 지위 격차가 커도 나이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대학진학률이 높아, 대부분 커플이 대학에서 만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은 남녀 간 사회적 지위 격차는 크나 나이 차는 2.04세로 전 세계 평균과 비슷합니다. 국가의 남녀 격차와 연인들 평균 나이 차이남녀 간 나이 차이
관계유지 기간
관계유지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 무엇이냐고요? 얼마나 오래 만났는가 입니다. 오래 사귈수록, 깨질 확률은 점점 줄어듭니다. 연인들이 만난 기간과 헤어질 확률
사랑의 시작
페이스북 상태가 ‘싱글’에서 ‘관계 중(In relationship)’으로 바뀔 때까지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연애를 하기 100일 전부터 서서히 메시지 수가 늘고, 서로의 담벼락에 글을 쓰며, 그 사람의 포스팅을 수시로 계속 확인하죠. 그러나 “관계 중”으로 바뀌는 첫날부터(Day 0) 페이스북 왕래는 뚝 끊깁니다. 교제가 시작되기 전 12일간 왕래 수는 하루 평균 1.67개인데, 교제가 시작하고 나서 85일간은 1.53개로 떨어집니다. 아마도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실망하지 마세요. 교제에 들어서면, 대신 다정한 말의 빈도가 늘어납니다. 사랑, 좋아, 행복해(love, nice, happy) 같은 좋은 말의 횟수에서 싫어, 상처, 나빠(hate, hurt, bad) 같은 부정적인 말의 횟수를 빼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가 나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보이시죠?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주고받는 페이스북 메시지의 수사랑의 빠진 연인들이 주고받는 달콤한 메시지의 숫자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12월15일 구글 서울 캠퍼스를 방문해 스타트업, 학생, 개발자 등을 대상으로 ‘파이어사이드 챗’ 행사를 가졌다. 순다 피차이는 “1년 반 전에 구글 서울 캠퍼스에 방문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있어서 놀랐다”라며 “열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구글 서울 캠퍼스를 다시 찾은 소감을 밝혔다.
12월15일 서울 삼성동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파이어 사이드 챗’ 행사에 참석한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사진 출처 : 구글코리아 제공)
이번 행사는 이지혜 핀테크 스타트업 ‘AIM’ 대표의 사회로 사전에 받은 질문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순다 피차이는 ‘파이어 사이드 챗’ 행사에서 “성공을 위해서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혁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문과 답변은 행사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flickr, Hans Gerwitz, CC BY-SA
#1. 실패가 두려운 사람에게 던지는 조언
“어떤 서비스를 론칭하기 전에는 ‘정말 멋진 제품을 못 내놓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 하고 싶을 걸 하면서 어려운 일을 겪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든 크롬이든 개발 당시에는 사람들이 비관적으로 봤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했을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비싸게 인수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에서 수익이 나오고 있다. 기업차원에서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계속 배우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구글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인상 깊었던 점이 기존과 다른 것들을 제안하면 조직이 그걸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예전에 경험했던 것과는 달랐다. 예전에는 ‘왜 새로운 제안이 채택될 수 없는지’, ‘현재가 왜 나은지’같은 반응이 나왔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flickr, John, CC BY-SA
#2. 창업가에게 던지는 조언
“당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새로운 사람도 만날 수 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20~30년을 봐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여러 창업자를 보면 실패한 경험이 많다. 당장의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의 여정이 중요하다.”
flickr, Francis, CC BY-SA
#3. 학생에게 던지는 조언
“재능을 찾기보다는 무엇에 열정이 있는지 찾는 게 중요하다.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열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노력하고, 어려운 시기도 견뎌내야 한다.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라. 그리고 가능하면 편한 사람보다는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 협력하며 배워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너무 익숙한 사람과 함께하면 배울 수 없다.”
flickr, John Benson, CC BY-SA
#4. 리더에게 던지는 조언
“야심 찬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 항상 좋은 결과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똑똑한 사람과 함께 일하고 동기부여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까지 낼 수 있다. 혁신적인 문화를 만들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이 항상 원하던 결과를 낸 건 아니지만, 매번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달려왔다. 원했던 결과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달려가야 한다. 창의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 기존의 것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질문을 던지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구글의 경우 프로젝트마다 다르긴 하지만 직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시간을 20% 정도 투자하게 한다. 중간목표를 단계별로 설정해서 꾸준히 성과를 측정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만큼,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flickr, Brian Gratwicke, CC BY-SA
#5.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는 한국 대기업에 던지는 조언
“전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빠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스타트업 인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flickr, Lollie-Pop, CC BY-SA
#6.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 걱정되는 사람에게 던지는 조언
“기술은 사람이 일하는 걸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화될 것이다. 원래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처음엔 걱정하기 마련이다. 자전거도 처음에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걱정했었다.”
flickr, Donnie Ray Jones, CC BY-SA
#7. 구글 CEO가 되고 싶은, C++과 파이썬을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에게 던지는 조언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컴퓨터를 보지도 못했다. 놀랍다. 이 학생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나이가 되면 세계는 더 바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멋진 일을 하길 바란다.”